정치를 왜 광역적 의미로는 생각하지 않는걸까?
학교 교양 수업으로 디자인관련 수업을 듣는다.
엊그제였나? 교수의 말이 날 분노하게 만들었다
'저는 정치가 미술에 절대 개입되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아.. 이 얼마나 짜증나는 상황이냐. 물론 개개인의 생각이 다를수도 있다고 보지만
내가 돈내고 다니는 학교의 수업, 내가 점수를 받아야할 교수가 저런 말을 하니까 화가 났다.
정치를 왜 이렇게 협의적인 의미로만 생각할까?
'정치'라는 단어가 현 시대에 주는 어감은 답없는 진영논리 비스무리한 것에 지나지 않는걸까?
우리가 입는 것, 먹는 것, 보는 것, 살아가는 모든게 정치에 관련되어 있다.
그런데 어떻게 미술에 정치가 하나도 개입되지 않을 수 있나.
광역적 의미의 '정치'에서 정치적이지 않은 미술작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 그럼 교수는 협의적 의미로만 생각한게 아니냐고? 화는 덜 나겠지만 그것도 나는 싫다. 협의적인 정치만 정치인 사람인 것 아닌가? 내가 듣는 수업의 교수인데. )
그런 말을 내뱉은 다음 교수의 다른 한마디는 날 더욱 화가 나게했다.
'돈낭비다 뭐다해서 욕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저는 그 소라 좋아해요. 예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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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가 무엇이냐하면...
이순신 동상과 세종대왕 동상이 서있는 광화문을 등지고 시청광장을 향해 걸어가다보면 큰 사거리와 함께 좌측에 청계천이 나온다.
그 초입엔 소라모양 전시물이 존재한다.
출처: http://blog.donga.com/nambukstory/archives/415
이것만 해도 벌써 2009년의 사진이다.
지난 6년간 회색빛의 고층건물들과 알록달록한 소라 조형물의 관련성에 대해 어렴풋이나마 깨달은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2006년의 서울시는 당시 미국 팝아티스트 클래스 올덴버그에게 지불한 비용을 포함해 한화 총 34억원을 투입해 완공시켰다.
전통적으로 주변환경, 자연과의 조화를 지향하는 한국 건축물의 특성과는 달리,
이 작품에는 주변과의 어떠한 조화도 없어 매우 이질적인 존재이다.
올덴버그는 작품을 설치하기 위해 단 한번도 청계천을 걸어보지 않았고 단지 미국의 작업실 내에서 자료만 추스려 구상해낸 것을 서울의 중심부에 박아놓았기에 당연한 결과이다.
그가 한국적 조화미와 균형미를 알고나 있을까?
애초에 그의 작품들은 일상품의 고의적인 우스꽝스러움, 불균형성으로 유명하지 않나.
그런 작가에게 부탁해 서울 한복판에 그런 작품을 박아다놓게 만들었을 때의 정황을 살펴보자.
소리소문없이 갑작스레 등장해 언제봤다고 서울의 랜드마크라며 광고한 이 엄청난 스케일의 모형은 최소한의 문화적 공론화도 없이 건설됐으며 모든 일은 철두철미한 보안 속 서울시가 은밀히 진행해왔던 것이다.
현대미술에서 대중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것,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건 비단 미술뿐만 아니라 모든 문화 분야에서 그렇다.
헌데 심지어 공공미술에서 이런 비민주적인 독불장군식 추진이 어디있나. 한 나라의 문화를 어떻게 생각하는건가.
그런데 이런 정치적인 작품을 단지 "예쁘니까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보다 더 정치적인 발언이 어디있을까?
스스로 정치와 미술을 구분하여 생각해야 된다고 말했던 교수가 쓸 만한 대사는 아닌 것 같다.
그저 순수미술이 정치적 색깔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미술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이 더럽혀지는 것을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기를 빈다.